본질
생각해 보니 난 질문은 많이 해도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진 않았던 것 같다.
친구가 "대학은 왜 가고 싶어?"라고 물었을 때 선뜻 답을 하지 못했던 이유도 나도 내가 왜 가고 싶은지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였다.
그 질문에 그렇게 말문이 막혔던 걸 보면, 다들 가니 나도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그 질문을 하는 친구는 참으로 독특한 친구였다.
내가 고민을 하고 있으면 항상 "왜? 왜 그게 하고 싶은데?"라고 되묻는 친구였다. 기억나는 건, 그 친구가 항상 "왜?"라고 물으면 난 당황했고 왜라는 질문에 "그냥"이라고 답하기 싫었던 나는, 그에 맞는 답을 내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내 대답이 진심이든 허구든 좀 더 듣기 좋은 쪽, 멋있어 보이는 쪽으로 말했다. 그 친구는 나를 당황시키려고 혹은 무언가를 깨닫게 해 주려고 되묻기보다 진심으로 그 이유를 궁금해하던 친구였다. (내 감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아무튼, 한창 휴학+편입을 고민하고 있을 무렵, 그 친구는 고민하는 나에게 "대학은 무조건 졸업은 해야지!"가 아닌, "대학에 갈 이유가 없으면 왜 가려고 해? 안 가면 되잖아."라는 말을 해주었다. (당시 이 말은 꽤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누가 들으면 철없다고 할 수 있는 이 말이 다른 사람도 아닌 그 독특한 친구가 뱉으니 내 골머리를 썩였다.
1. 왜 나는 대학에 가려하는가?
2. 왜 무조건 졸업은 해야 한다 생각하는가?
3. 왜 공부를 해야 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당시 내 답은 이거였다.
1. 다들 가니깐. 가면 뭐라도 배우겠지 싶어서.
2. 취업을 해야 하니까.
3. 똑똑해야지 사회에서 살기 편하니까.
(정말 일차원적이다 나.)
답을 하면서도 내가 찝찝했다. 이게 아닌데. 이게 다가 아닌 것 같은데...
근데 그냥 여기까지만 생각하고 말았던 것 같다. 더 깊이 생각을 하려고 해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겠고 더 생각해봤자 답이 나올 것 같지도 않아서 답을 내기를 관뒀다.
그리고 인생은 다 이런 건가. 항상 이런 찜찜함을 안고 살아가야 하나 싶어서 씁쓸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유튜브에서 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다.
공부할 때의 마음가짐에 대해 얘기를 해주는 데 보는 내내 '그래 이거지!!' 아니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며 감탄하며 봤다. 살펴보니 중학교 졸업하고 미국에 가서 유학생활을 했다고 한다. 처한 환경은 나와 같은데 (나도 고등학생 때 유학 감.) 이렇게 다른 결과를 도출해 낸 게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해서 그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졌다.
나는 절대 대학교만 가기 위해, 시험만 잘 보기 위해 공부하지 않는다.
그녀가 쓴 공부 사명문의 첫 번째 문장이다.
그녀는 공부를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수단이 아닌 목표로 두었다. 본인을 성장시키는 즐거운 취미로 생각하려고 했다. 공부를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취업을 잘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지 않으려 했다. 이용한다니까 공부를 도구로 삼는 게 나쁜 것처럼 들리는데 절대 그런 얘기가 아니다. (공부를 목표로 시험을 수단으로.)
나는 성격상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동기가 납득되지 않으면 열심히 하지 않는다. 근데 앞에 나열한 이유들은 나에게 충분한 동기가 되지 못해 공부할 때 사기가 쉽게 떨어진다. (공부하기 싫은 자의 변명인가?ㅋㅋ) 그래서 그녀가 말한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한다는 말은 나에게 울림을 줬고 이런 동기라면 공부를 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공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나를 반성케 했다.
불안한 내 삶 속에서, 한 치 앞도 모르는 내 미래가 두려워져 본질을 흐렸던 것 같다.
날 발전시키고 한 단계 성장시키는 게 공부의 역할인데 나는 시험을 위한 공부만 해왔던 것 같다. 시험을 보지 않는다고 하면 공부를 안 했으니 말이다. (수업도 집중 안 했다.)
나를 성장시킨다에 포커스를 맞춰서 이 마음 잊지 말고 공부해야지. 그리고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게 궁극적인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