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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꿈이 뭐길래

​"존 아저씨의 꿈의 목록"이란 책이 눈에 들어왔다. 


꿈.

 

22살의 나는 꿈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답답한 마음부터 든다. 

도대체 뭘 꿈으로 불러야 하는지, 어떤 걸 꿈이라 말할 수 있는 건지 정의가 모호하다. 

내 장래희망? 사고 싶은 물건? 하고 싶은 일? 가보고 싶은 곳? 먹어보고 싶은 음식들?

어디서 부터가 꿈이고 어디서 부터가 꿈이 아닌걸까?

어렸을 적 내가 "엄마/아빠는 꿈이 뭐야?" 라고 물었을 때 부모님의 심정과 같을까?


아무래도 나도, 부모님도, "꿈"이란 단어가 주는 아우라에 짓눌려 쉽사리 말을 못 꺼냈을 거다.

뭔가 굉장히 위대하고 성스러운(holy한) 것을 말해야 할 것 같은 느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내가 대단한 꿈에 걸맞은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하듯 

내가 한번 쯤 멋있다 생각했던 것들을 줄줄이 얘기한다. 

초등학교 때는 "전 외교관이 되서 전 세계를 돌아다닐 거예요"라고 말했다.

중학교 때도.

고등학교 때도.

초등학교 땐 정말 될 거라 생각했지만 나이를 한 살 한살 먹으며, 사실 그냥 꿈에 대해 생각하기를 포기했다고 해야하나.

전 세계를 돌아다닐 거예요라는 말 외에는 부수적인 목표나 계획은 없었다...

생각해보니 중학교 때 부터 외교관은 꿈이 없다고 말하기 머쓱해서 말하는 핑계거리에 불과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꿈은 미래의 "내"가 결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미래의 나... 

오늘도 꿈이 없는 내가 내일은 꿈이 생길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게 꿈은 "너가 하고싶은 것"이라고 담담히 전한다.

내가 하고 싶은 거.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 놓은 것이 "꿈의 목록"이라고. 

저자인 존도 어렸을 때부터 꿈을 적어놓고 그 꿈들을 이루기 위해 또 다른 부수적인 꿈들을 적고,

또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다고 한다. 

역시 노력이 필요하구나 싶지만, 책에서 보여지는 존의 꿈을 향한 노력은 절대 힘겨워 보이거나 지겨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즐겁게 보였다고나 할까. 

생각해보니 그가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놓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행위가 다 "꿈"이라는 단어의 범주에 속한 것이기 때문에

즐거울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나도 이거 해보면 좋겠다, 배우면 좋겠다 싶었던 것들은 많았지만 목록으로 만들어서 실천해 본 적은 없다.

책 본문에 보면 "오랫동안 꿈을 간직한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 간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꿈을 간직하는 사람은 "그 꿈을 위해 언제나 노력하고 있고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도 꿈 목록을 적어서 하나하나 이뤄가면서 꿈을 간직한 사람으로 성장해 나가야지.

그래서 나중에 내 꿈이 뭔지 헷갈려 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저자 존의 나일 강 탐험기를 읽으면서 input이 있어야 output도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는 어렸을 적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책을 읽어야지만 꿈도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내가 이 세상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경험도 많이 해보지 못한 애송이일 뿐이라면 꿈을 꿔봤자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것 혹은 경험을 위주로

꿈을 꿀 수 밖에 없다.

책에서는 "꿈을 꾸는 일조차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미지의 분야에 대해서도 알게 되니 꿈도 더 다양하게 꿀 수 있다.


미국에서 대학 다닐 때 내가 잠깐 했던 동아리 활동이 생각났다.

난 sailing 동아리를 했는데 아침에 일출을 보며 노를 저으면 기분이 정말 좋았다.

물론, 첫 수업은 내가 너무 앞에 많이 빼먹는 바람에 조장 말을 캐치하기 바빴다. 허겁지겁 너무 바빠서 정신 없었지.

그 뒤로는 수월했다. 조장 말에 맞춰 rowing을 하고. 용어들이 여러개 있었는데 벌써 다 까먹어 버렸다.ㅎㅎ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

내가 시도하지 않았으면, 그 대학에 가지 않았으면, 미국에 가지 않았으면, 몰랐을 일.

책은 내게 그런 것들을 알려주는 중요한 정보 수단이니 열심히 읽어서, 열심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을 거다!

그리고 꿈 꾸는 사람이 되야지.


꿈 꾸는 것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는 것처럼.

나도 꿈꾸며 행복해지고 싶다.


그렇다면 꿈꾸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인가?

Nicomachean ethics를 다시 읽어봐야 겠다.